퇴근길 간단한 저녁을 해결하거나 출출할 때 간식을 사기 위해 찾는 편의점. 이제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일상적인 식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편의점이 많이 들어선 지역일수록 고혈압을 가진 주민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간편식과 가공식품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 식품환경이 주민들의 건강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전국 25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역별 편의점 분포와 비만·고혈압 유병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성인 가운데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22만7819명의 정보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각 지역의 편의점 수를 인구 1000명당 개수로 환산한 뒤 연령과 성별을 비롯해 소득,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고려해 분석했다.
그 결과 편의점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고혈압 유병률도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인구 1000명당 편의점이 1곳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유병률은 0.968%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편의점 밀도와 비만 사이의 관계는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삼각김밥·도시락·라면…편리함 뒤에 숨은 식품환경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은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식품의 종류다.
삼각김밥과 도시락, 컵라면, 즉석식품 등은 바쁜 현대인에게 편리한 한 끼가 될 수 있지만 제품에 따라 나트륨이나 열량, 당류 등이 높은 경우가 있다.
특히 나트륨 섭취는 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편의점이 가까운 환경에서 이러한 식품을 자주 접하는 것이 식생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고 외식과 간편식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19년 4만3975곳에서 2022년 5만7617곳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약 31% 늘어난 셈이다.
다만 편의점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주민들의 식습관이 나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편의점 밀도와 실제 이용 횟수,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까지 이번 연구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없애기보다 건강한 선택 쉽게 만들어야”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편의점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편의점에서도 소비자가 건강한 식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판매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염 도시락이나 영양 균형을 고려한 간편식 등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확대하고, 소비자가 나트륨과 당류 등 주요 영양성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김병미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는 개인의 식습관 개선만 강조하기보다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지역별 자료를 비교한 횡단면 연구이기 때문에 ‘편의점이 많아서 고혈압이 증가했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향후에는 주민들이 실제로 편의점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어떤 식품을 구매하고 섭취하는지 등을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
편의점이 우리 생활에서 사라지기 어려운 공간이 된 만큼, 이제는 ‘편리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한 먹거리’를 얼마나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느냐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